지긋지긋한 만성 허리 통증, 약에만 의존하고 계신가요? 최근 연구에서 효과가 입증된 인지행동치료(CBT)와 마음챙김 기반 치료(MBT)로 통증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방법을 자세히 알아보세요.

■ 지긋지긋한 허리 통증, 진통제가 유일한 해답일까요?
만성 허리 통증은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괴롭히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통증 때문에 진통제에 의존하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하지만 최근, 약물 없이도 만성 허리 통증을 관리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희망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바로 **인지행동치료(CBT)**와 **마음챙김 기반 치료(MBT)**라는 두 가지 심리 치료법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치료법들이 어떻게 통증을 줄이고 진통제 사용까지 감소시켰는지, 지금부터 자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 마음으로 통증을 다스리는 과학: 인지행동치료와 마음챙김 심층 분석
1. 끝나지 않는 고통, 만성 허리 통증과 진통제의 딜레마
만성 허리 통증은 단순히 ‘허리가 아픈’ 상태를 넘어섭니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 4명 중 1명 이상이 경험할 정도로 흔하며, 많은 경우 5년 이상 통증이 지속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환자들이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와 같은 강력한 진통제에 의존하게 됩니다. 하지만 장기간의 진통제 복용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양의 약을 필요로 하게 되고, 약물 의존성이나 중독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연구에서는 장기적인 오피오이드 사용이 오히려 통증에 더 민감하게 만드는 ‘통증과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처럼 진통제에만 의존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 임시방편일 뿐, 환자들은 ‘통증을 관리할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2.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 연구: JAMA Network Open 보고서 집중 분석
이러한 상황에서 2024년 4월, 미국의사협회 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매우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알렉산드라 즈지에르스카(Aleksandra Zgierska)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만성 허리 통증으로 오피오이드 진통제를 복용 중인 성인 770명을 대상으로 인지행동치료(CBT)와 마음챙김 기반 치료(MBT)의 효과를 분석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58세였으며, 대부분 5년 이상 중등도 이상의 심각한 허리 통증과 그로 인한 삶의 질 저하를 겪고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8주 동안 매주 2시간씩 각각 CBT와 MBT 그룹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1년 동안 참가자들은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매일 30분씩 꾸준히 연습하도록 권장받았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치료 시작 6개월 후, 연구에 지속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두 치료법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습니다.
- 통증 강도 감소: 스스로 느끼는 통증의 정도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 오피오이드 복용량 감소: 진통제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습니다.
- 신체 기능 향상: 일상생활에서의 움직임이나 활동이 더 편안해졌습니다.
- 삶의 질 개선: 통증으로 인해 저하되었던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는 연구가 진행된 1년 내내 꾸준히 유지되었습니다. 연구 저자인 즈지에르스카 박사는 “이 연구의 참가자들처럼 만성적인 통증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단 8주간의 치료만으로 지속적인 개선을 보였다는 점이 매우 놀랍다“고 강조했습니다.
3. 통증에 대한 생각을 바꾸다: 인지행동치료(CBT) 깊이 알기
그렇다면 인지행동치료(CBT, Cognitive Behavioral Therapy)는 정확히 무엇일까요?
CBT는 통증 그 자체보다 통증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고통을 더 크게 만든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즉, 통증을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지에 따라 통증의 경험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허리 통증이 있을 때 ‘이 통증은 절대 낫지 않을 거야’, ‘나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와 같은 부정적이고 파국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우리 뇌는 실제로 더 큰 고통과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결국 활동량 감소로 이어지고, 근육은 약해지며, 통증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CBT는 바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치료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부정적 자동 사고 식별: 통증이 발생할 때 무심결에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들(예: “나는 망가졌어”)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합니다.
- 생각의 재구성: 그 생각이 과연 합리적이고 현실적인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통증이 있지만, 나는 이 통증을 관리하며 여전히 가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어”와 같이 보다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생각으로 바꾸는 훈련을 합니다.
- 행동 변화: 통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피했던 활동들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갑니다. 안전한 범위 내에서 걷기, 스트레칭 등 작은 활동부터 다시 시작하며 ‘나는 움직일 수 있다’는 성공 경험을 쌓고 자신감을 회복합니다.
CBT는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막연한 조언이 아닙니다. 문제 해결 기술, 자기 성찰,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통증에 대처하는 실질적인 기술을 배우는 체계적인 훈련 과정입니다.
4. 통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다: 마음챙김 기반 치료(MBT) 깊이 알기
마음챙김 기반 치료(MBT, Mindfulness-Based Therapy)는 인지행동치료와는 조금 다른 접근법을 사용합니다. MBT의 핵심은 통증에 대한 생각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경험(통증 포함)을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수용하는 것입니다.
보통 우리는 통증을 ‘나쁜 것’, ‘없애야 할 것’으로 규정하고 저항합니다. 이러한 저항과 싸움은 오히려 근육을 긴장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켜 통증을 더욱 증폭시킵니다.
MBT는 이러한 싸움을 멈추도록 돕습니다.
- 마음챙김 명상: 호흡이나 신체 감각에 집중하는 명상을 통해, 통증을 포함한 여러 감각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관찰합니다.
- 바디 스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의 각 부분에 차례로 주의를 기울이며 어떤 감각이 느껴지는지(따끔함, 둔함, 따뜻함 등) 판단 없이 그저 알아차립니다. 이를 통해 통증을 ‘위험 신호’가 아닌 ‘하나의 감각 정보’로 인식하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 현재에 머무르기: 통증에 대한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의 호흡과 감각에 집중합니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우리는 통증이라는 감각 자체와, 그 통증에 대한 우리의 감정적 반응(짜증, 불안, 우울)을 분리할 수 있게 됩니다. 통증은 여전히 존재할 수 있지만, 그 통증이 내 삶 전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심리적 거리’를 두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통증을 통제하려는 헛된 노력에서 벗어나, 통증과 함께 더 평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5. 나에게 맞는 치료법은? CBT vs MBT 비교하기
연구 결과 두 치료법 모두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의 성향과 선호에 따라 더 잘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 표를 통해 두 치료법의 특징을 비교해 보세요.
구분 | 인지행동치료 (CBT) | 마음챙김 기반 치료 (MBT) |
핵심 원리 | 통증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 패턴을 수정 | 통증을 포함한 현재 순간의 경험을 판단 없이 수용 |
치료 방식 | 문제 해결, 논리적 반박, 행동 실험 등 적극적, 구조적 | 명상, 바디 스캔, 호흡 관찰 등 수용적, 관조적 |
목표 | 통증에 대한 왜곡된 인지를 바로잡고 대처 기술 향상 | 통증과의 싸움을 멈추고 통증을 삶의 일부로 수용 |
추천 대상 | 구조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을 선호하는 사람,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사람 | 명상이나 성찰적 접근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 수용을 통해 평온을 찾고 싶은 사람 |
결론적으로, 통증에 대해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을 선호한다면 CBT가, 통증과의 싸움에 지쳐 이를 부드럽게 끌어안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MBT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행히 두 방법 모두 온라인과 오프라인 형태로 효과가 입증되어 접근성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 통증 관리, 핵심은 ‘꾸준한 마음 훈련’입니다
만성 허리 통증은 결코 ‘의지’나 ‘정신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훈련시키느냐에 따라 통증의 경험은 분명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CBT)와 마음챙김 기반 치료(MBT)는 약물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통증 관리에서 벗어나, 환자 스스로가 통증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이 치료법들은 통증을 완전히 없애는 ‘마법’은 아니지만, 통증과 함께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기술입니다.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이 기술들이 제2의 천성처럼 익숙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통증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 게재 저널: JAMA Network Open
♣ 보고서 작성자: Aleksandra Zgierska, MD, PhD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