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로션, 비누에 1급 발암물질 포름알데히드가?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화장품 속 포름알데히드의 위험성과 유해 성분을 확인하고 피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세요.

■ 매일 쓰는 화장품, 그 속에 숨겨진 위험한 진실
샤워 후 상쾌한 기분으로 전신에 바디로션을 바르고, 아침 세안 후 촉촉한 수분 크림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한 일상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무심코 1급 발암물질에 노출되고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 발표된 한 연구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비누, 로션, 크림 등에서 알레르기와 천식, 특정 암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었다고 경고합니다. 지금부터 이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포름알데히드의 정체와 위험성, 그리고 가장 중요한 ‘피하는 방법’까지 샅샅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 알고 나면 쓸 수 없다: 화장품 속 포름알데히드 A to Z
1. 1급 발암물질 포름알데히드, 도대체 정체가 뭐길래?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는 무색의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기체로, 우리 주변의 많은 곳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입니다. 놀랍게도 사람이나 식물도 신진대사 과정에서 소량의 포름알데히드를 자연적으로 생성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산업적으로 생산되어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는 포름알데히드입니다.
특히 화장품에서는 제품의 유통기한을 늘리고 박테리아나 미생물의 증식을 막기 위한 ‘방부제’ 역할로 첨가됩니다. 물과 오일, 다양한 영양 성분이 섞여있는 화장품은 세균이 번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이기 때문에, 방부제 사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위험성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되는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흡입: 공기 중의 포름알데히드를 들이마시는 경우
- 섭취: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섭취하는 경우
- 피부 흡수: 화장품이나 로션 등을 통해 피부로 흡수되는 경우
단기적으로는 눈과 코의 작열감, 기침, 피부 발진과 같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존스 홉킨스 대학의 레슬리암 키로스-알칼라 박사는 “일부 연구는 포름알데히드가 천식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장기적인 노출입니다. 미국 국립 독성학 프로그램(NTP)은 2011년에 포름알데히드를 ‘인체 발암 물질로 알려진(a known human carcinogen)’ 물질, 즉 1급 발암물질로 공식 분류했습니다. 장기간 노출 시 비강암, 골수성 백혈병 등 특정 암의 발병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 충격적인 연구 결과: “절반 이상의 여성이 포름알데히드 함유 제품 사용”
최근 ‘환경 과학 및 기술 회보(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에 발표된 로빈 돗슨 박사의 연구는 이러한 위험성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연구팀은 로스앤젤레스 남부에 거주하는 70명의 흑인 및 라틴계 여성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사용하는 모든 퍼스널 케어 제품을 기록하게 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여성들이 사용한 총 1,100개 이상의 제품 중 포름알데히드 또는 포름알데히드 방출 방부제를 포함한 제품은 약 4%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에 참여한 여성의 무려 53%, 즉 절반 이상이 해당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돗슨 박사는 “4%라는 비율은 낮아 보일 수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으며 때로는 하루에도 여러 번 사용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소수의 인기 제품에 포함된 유해 성분이 얼마나 광범위한 노출을 유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가장 흔하게 포름알데히드 성분이 발견된 제품군은 바로 로션, 페이스 크림, 비누였습니다. 특히 사용된 로션의 20%에서 포름알데히드 방출 방부제가 발견되었는데, 그중 12개는 유명 브랜드인 ‘배스 앤 바디 웍스(Bath & Body Works)’의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 ‘포름알데히드 방출체’를 찾아라!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매우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화장품 성분 목록에는 ‘포름알데히드’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적혀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신, 제조업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포름알데히드를 방출하는 **’포름알데히드 방출체(Formaldehyde-releaser)’**라는 화학물질을 사용합니다.
이 성분들은 제품 내에서 안정적으로 방부 효과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널리 사용됩니다. 소비자가 똑똑해지려면, 바로 이 ‘숨겨진 이름’들을 알아야 합니다. 아래 표는 제품 라벨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대표적인 포름알데히드 방출체 성분들입니다.
대표적인 포름알데히드 방출체 성분 | 제품 라벨 표기 예시 (영문/한글) | 주로 사용되는 제품 |
DMDM hydantoin | DMDM Hydantoin / 디엠디엠하이단토인 | 샴푸, 컨디셔너, 스킨케어 제품, 메이크업 제품 |
Diazolidinyl urea | Diazolidinyl Urea / 다이아졸리디닐우레아 | 스킨케어, 바디워시, 샴푸, 파운데이션 |
Imidazolidinyl urea | Imidazolidinyl Urea / 이미다졸리디닐우레아 | 스킨케어, 로션, 아이섀도, 샴푸 |
Quaternium-15 | Quaternium-15 / 쿼터늄-15 | 샴푸, 컨디셔너, 클렌저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높음) |
Sodium hydroxymethylglycinate | Sodium Hydroxymethylglycinate / 소듐하이드록시메틸글리시네이트 | 샴푸, 스킨케어, 헤어 컨디셔너 |
Paraform | Paraformaldehyde | – |
Methylene glycol | Methylene Glycol | 헤어 스트레이트닝 제품 |
만약 당신이 사용하는 제품 성분표에서 위와 같은 이름을 발견했다면,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되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4. 나와 가족을 지키는 5가지 방법: 스마트한 소비자 되기
다행히 방법은 있습니다. 약간의 관심과 노력만으로도 우리는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습니다.
1. 전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세요.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화장품을 구매하기 전, 제품 뒷면의 작은 글씨들을 꼭 확인하세요. 위에서 언급된 포름알데히드 방출체 성분들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습관만으로도 위험의 상당 부분을 피할 수 있습니다.
2. 똑똑한 어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하세요.
수많은 화학 성분을 일일이 외우기란 불가능합니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화장품 성분 분석 앱’입니다. 연구에서도 추천된 ‘Clearya’나 국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화해’와 같은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제품의 바코드를 스캔하거나 제품명을 검색하면 유해 성분 포함 여부와 안전 등급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안전한 대체 성분을 찾아보세요.
모든 방부제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환경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에서는 프로필렌글라이콜(propylene glycol), 카프릴릴글라이콜(caprylyl glycol), 솔비탄카프릴레이트(sorbitan caprylate) 등을 비교적 안전한 방부제로 간주합니다. 성분 분석 앱을 통해 이러한 안전한 성분을 사용한 제품을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4. 당황하지 말고, 전략적으로 교체하세요.
지금 당장 화장대의 모든 제품을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제품을 다 쓸 때마다 더 안전한 제품으로 하나씩 교체해 나갈 것을 권장합니다. 특히 로션, 크림, 메이크업 제품처럼 피부에 오래 남아있거나 매일 사용하는 제품부터 우선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5. 대한민국 규제, 맹신은 금물!
대한민국 화장품 안전기준에 따라 포름알데히드는 사용 후 씻어내는 제품에 0.2% 이하, 그 외 제품에는 0.1% 이하로 함량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없다’는 의미가 아니며, 기준치 이하라도 매일 여러 제품을 통해 중복 노출될 경우 총량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최종 선택과 확인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힘, ‘성분 읽기’에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해 온 화장품 속에 숨겨진 포름알데히드의 진실은 꽤나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공포에 떠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제품을 구매하기 전 단 1분만 투자해 전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그 작은 습관이 나와 내 가족을 잠재적인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피할 수 있습니다.
♣ 게재 저널: Health
♣ 기사 원문 Researchers Find Formaldehyde Lurking in Soaps, Lotions, and Other Personal Care Produ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