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상심 증후군’은 여성에게 더 흔하지만, 남성의 사망률은 2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상심 증후군(타코츠보 심근병증)의 원인, 증상, 그리고 성별에 따른 차이점을 자세히 알아보세요.

■ 상심 증후군, 마음이 아프면 정말 심장도 아플까?
‘상심 증후군‘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뒤, 마치 심장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상심 증후군’이 단순히 감정적인 문제를 넘어, 실제로 심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의학적 질환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최근 발표된 한 연구는 이 ‘상심 증후군’이 여성에게 훨씬 더 흔하게 발생하지만, 일단 발병하면 남성에게는 2배 이상 치명적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우리의 마음과 신체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심 증후군’, 즉 **타코츠보 심근병증(Takotsubo Cardiomyopathy)**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상심 증후군의 모든 것 (A to Z)
1. 마음의 고통이 심장을 공격하다: 상심 증후군(타코츠보 심근병증)이란?
**상심 증후군(Broken Heart Syndrome)**은 의학적으로 타코츠보 심근병증(Takotsubo Cardiomyopathy, TC) 또는 스트레스성 심근병증(Stress-induced Cardiomyopathy)이라고 불립니다. 이는 극심한 감정적 또는 신체적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심장의 주요 펌프 역할을 하는 좌심실의 기능이 갑작스럽게 약화되는 일시적인 심장 질환입니다.
‘타코츠보’라는 이름은 일본어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문어를 잡는 데 사용되는 항아리인 ‘타코츠보(蛸壺)’를 의미합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의 좌심실 끝부분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반면, 아랫부분은 수축된 상태를 유지하는 모양이 이 문어잡이 항아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증후군은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별, 배신과 같은 감정적 충격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대수술, 심지어 손주에게 깜짝 놀라는 것과 같은 신체적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카테콜아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아드레날린, 노르에피네프린 등)이 다량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이 심장에 과도하게 작용하여 일시적으로 심장 근육을 ‘기절’시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로 인해 심장은 혈액을 제대로 펌프질하지 못하게 됩니다.
2. 새로운 연구가 밝혀낸 성별의 역설: 왜 남성에게 더 치명적일까?
2024년 5월 14일, 미국 심장 협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발표된 연구는 상심 증후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미국의 입원 환자 데이터베이스(NIS)를 분석하여 약 20만 건에 달하는 타코츠보 심근병증 사례를 조사했습니다.
분석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역설을 보여주었습니다.
- 여성에게 압도적으로 흔한 질병: 전체 환자의 약 83%가 여성이었으며, 평균 발병 연령은 67세였습니다. 이는 상심 증후군이 주로 폐경기 이후의 여성에게 나타나는 ‘여성의 질병’이라는 기존의 통념과 일치하는 결과입니다.
- 하지만 남성에게 훨씬 더 치명적: 놀랍게도, 일단 상심 증후군으로 입원한 환자들의 사망률을 분석하자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남성 환자의 병원 내 사망률은 11.2%에 달한 반면, 여성 환자의 사망률은 5.5%로, 남성이 여성보다 사망할 확률이 2배 이상 높았습니다.
성별에 따른 상심 증후군(타코츠보 심근병증) 발병 및 사망률 비교
구분 (Category) | 여성 (Women) | 남성 (Men) |
발병률 (Incidence Rate) | 약 83% | 약 17% |
입원 중 사망률 (In-hospital Mortality Rate) | 5.5% | 11.2% |
이러한 사망률 차이에 대한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몇 가지 가설을 제시합니다.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아바 칸델왈(Abha Khandelwal) 박사는 이를 ‘고정관념의 역설’로 설명합니다. 과거에는 관상동맥 질환이 ‘남성의 병’으로 여겨져, 심장마비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여성들이 더 나쁜 예후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와 반대로, 상심 증후군은 ‘여성의 병’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남성 환자가 비슷한 증상을 보일 때 진단이 늦어지거나, 이미 상태가 더 심각해진 후에야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3. 단순한 심장 문제를 넘어: 상심 증후군의 주요 합병증
상심 증후군은 대부분의 경우 2개월 이내에 심장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일시적인 질환입니다. 하지만 급성기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상심 증후군 환자들의 합병증 발병률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 울혈성 심부전 (36%): 심장이 약해져 혈액을 효과적으로 펌프질하지 못하면서 폐나 다른 신체 부위에 체액이 쌓이는 상태
- 심방세동 (21%): 심장이 불규칙하고 빠르게 뛰는 부정맥의 일종
- 심장성 쇼크 (7%): 심장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어 신체 각 부분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위급한 상태
- 뇌졸중 (5%): 심장에서 혈전이 생겨 뇌혈관을 막을 경우 발생
특히 주목할 점은, 상심 증후군으로 입원한 환자의 전체 사망률(6.58%)이 다른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들의 평균 사망률(2.41%)보다 거의 3배 가까이 높았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상심 증후군이 결코 가볍게 볼 질환이 아님을 시사합니다.
4. 심장마비와 구별하는 법: 증상과 진단
상심 증후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그 증상이 심장마비(급성 심근경색)와 거의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 주요 증상
-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
- 숨 가쁨, 호흡 곤란
- 어지럼증
- 차가운 땀 (식은땀)
- 심장 두근거림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합니다. 의료진은 심장마비를 배제하기 위한 검사를 우선적으로 시행합니다.
♣ 진단 과정
- 심장 혈관 조영술 (Angiogram): 심장마비의 주원인인 관상동맥의 막힘 여부를 확인합니다. 상심 증후군 환자는 대부분 관상동맥이 막혀있지 않다는 특징을 보입니다.
- 심장 초음파 (Echocardiogram): 혈관이 막히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심장 초음파를 통해 심장의 움직임을 관찰합니다. 이때 좌심실 끝이 문어잡이 항아리(타코츠보)처럼 부풀어 오르는 특징적인 모양이 관찰되면 상심 증후군으로 진단합니다.
■ 상심 증후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
이번 연구는 ‘상심 증후군’이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닌, 특히 남성에게 있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임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여성에게 더 흔하게 발생하지만, 남성에게는 두 배 더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와 의료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질병에 대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환자의 증상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아직 상심 증후군을 예방하거나 어떤 사람에게 더 치명적인 형태로 나타날지 예측할 방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극심한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슴 통증이나 호흡 곤란과 같은 심장마비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즉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보고서 제목: Males Two Times as Likely to Die From ‘Broken Heart Syndrome,’ Study Finds
게재 저널: 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보고서 작성자: Mohammad Reza Movahed, MD, PhD (University of Arizona’s Sarver Heart Center)